해학 유머

따귀에는 따귀로

정헌의 티스토리 2013. 2. 25. 20:53

                       따귀에는 따귀로
 

 
 어느 부자 마을을 지나게 된 김삿갓이 못된 졸부가 있다는 말을 듣고 도대체 얼마나 고약한지 알아보기

 위해 그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대문 안에서 집주인이 나오더니 느닷없이 김삿갓에게 따귀를 한 대 올려 붙이는 것이었다.
 집주인은 박 부자라는 아주 고약한 영감이었다.

『아니, 이런.......』

 

 김삿갓은 창졸지간에 당한 봉변이라 욱, 하고 화가 치밀었다.
『이런 고얀 영감 같으니.... 당장 관가로 가자!』
 김삿갓은 앞뒤 가릴 것 없이 영감의 멱살을 잡고 관가로 끌고 갔다.
 관가에 도착하자 사또가 까닭을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다 늦은 저녁에 이 난리인가? 아니 그대는 박 부자가 아니오?』
 사또는 박 부자를 보자 깜짝 놀라 말끝을 흐렸다.
 박 부자는 사또와 평소에 형님 아우하며 지내는 사이였다.
 김삿갓은 그것도 모르고 사또에게 방금 전의 상황을 설명했다.

 

『허어, 그렇소이까? 그럼 이 판결을 어찌하면 좋겠소?』
 사또는 김삿갓이 안 보는 사이에 몰래 박 부자에게 눈을 찡긋해 보이며 말했다.
『과거에 아무 이유 없이 뺨을 때린 자를 처리한 선례가 있다면 그대로 처리해 주시오』

 김삿갓이 그렇게 말하자 사또가 말했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있어서 판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뺨을 맞은 사람이 가난한 사람이어서

 엽전 한 푼을 받는 것으로 끝난 적이 있소이다만.....』
『뭐요? 엽전 한 푼이라고......』
 김삿갓은 너무 기가 막혔다.

 

 엽전 한 푼을 던져 주고 이 사건을 종결짓겠다는 심보였다.
『그건 너무 불공평한 판결이 아니오?』
『하지만 그 때 뺨을 맞은 자는 아주 고마워하며 돌아갔소이다』
 이 때 사또는 또다시 박 부자에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

 

 김삿갓은 그제야 사또와 박 부자간에 뭔가 연줄이 있음을 눈치챘다.
 하지만 모른 척하고 이렇게 말했다.
『정 그렇게 판결을 내리겠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
 그러면서 김삿갓은 사또가 앉아 있는 마루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는 손쓸 틈도 없이 사또의 뺨을 냅다 후려갈겼다.
『아니 이런 고약한 놈이 있나? 감히 사또의 뺨을 치다니!』
 사또는 엉겁결에 맞은 뺨을 감싸며 호통을 쳤다.
『사또, 왜 그러시오? 뭐가 잘못되었소이까?』
 김삿갓은 태연스레 말했다.

 

『이 놈이 갑자기 머리가 돌았나? 멀쩡한 사람의 뺨을 때려 놓고 뭐가 잘못 되었냐고 묻다니?』
 사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김삿갓에게 주먹을 들이댈 참이었다.
『허어, 사또 진정하시오. 나는 분명히 사또에게 그 따귀 값을 치를 테니까』
『따귀 값이라니?』
『방금 사또의 입으로 이 고을에서는 따귀 한 대에 겨우 엽전 한 푼이라고 하지 않았소?』

 

『뭐, 뭐라고?』
『내가 이 자에게 엽전 한 푼을 받을 게 있으니, 그걸 받아서 가지도록 하시오.

 그렇게 되면 계산은 정확하게 된 것 아니오?』
 그 말에 사또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쩔쩔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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