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의 일상들

길 위의 인문학 / 산청 쌍재 공수농원

정헌의 티스토리 2020. 11. 2. 17:49

■ 길 위의 인문학 / 산청 쌍재 공수농원

 

조상이 살았던 고향땅으로 되돌아 왔다.

괜찮다는 은행 직장을 정리하고 이곳에 들어온지 10년이 넘었다. 주변 땅도 사 들여 넉넉한 농장도 보유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산속 외진 곳엔 전기도 들어오고, 임도도 조금 좋아져 차량이 다니는데 큰 무리는 없다. 무엇보다 지리산 둘레길 5코스가 생기면서 일대 변화가 나타났다. 생산한 농산물의 판매는 쉬워지고 사람 만나는 일도 늘어났다. 인생은 공수레 공수거에서 왠지 공수라는 말이 마음에 들어 농장 이름을 <공수농장>아라 지었다. 그런데 오늘 농장앞 산속에 가야금 소리를 듣고 마음에 큰 동요가 인다.  

어느 산속 외진 곳에 사는 어느 한 농부의 애기다.

 

 

 

▷ 가는 길

 

 

 

 

 

일정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 - 지리산 둘레길 5구간(일부) - 쌍재 공수농장   (2020.  10.  24.)

 

 

 

▷탐방후에  

 

 

   ▣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과 지리산둘레길 5구간

 

 

산청군 금서면 방곡리,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에서 20여명이 모여 출발한다.

쌍재의 공수농장 가는 길은 임도를 따라 차량으로 진입할 수 있지만, 도보로 간다면 이곳 지리산 둘레길 5코스를 따라 가는 길이 가장 쉽고 가까운 길이다.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은 1951년 2월7일(음 정월 초이틑) 6.25사변 당시 우리육군11사단(사단장 최덕신), 9연대 (연대장 오익경),  3대대 (대대장 한동석)는 이곳 가현, 방곡, 점촌, 서주일원에서 무고한 주민 705명(명예회복386명)을, 이틀 후 거창 신원면으로 이동하여 2월 9일부터 11일까지 719명의 주민을 무참히 학살한다. 일명 산청.함양 사건이요, 거창사건이다.

세월이 흘러 1996년 관련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공포되고 1998년 거창사건 등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사망자 및 유족결정에 의해 2001년 12월부터 4년에 걸찬 합동묘역이 조성되었다.

 

 

 

 

 

 

지리산 둘레길 제5코스는 함양군 휴천면 동강에서 시작하여,

쌍재를 넘어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까지다.

 

 

 

 

 

 

오늘 일정은 지리산둘레길 5코스 중 가장 아름답다 할 수 있는 상사폭포 계곡을 지나 쌍재 공수농원까지

걷는 것이다.

부지런한 걸음으로 40분 정도 소요되나 오늘은 시간 구애 없이 천천히 자연을 즐기며 걷는것으로 한다.

 

 

 

 

 

 

방곡마을앞 저수지가 축조되어 상부로 살짝 돌아 간다.

 

 

 

 

 

 

이곳 상사폭포 계곡 상부에는 백토가 많이 매장되어 있다.

따라서 수질이 조금 탁한게 흠이었었는데 금년엔 물이 맑다.

 

 

 

 

 

 

가을이 살포시 다가온 시절인데 그 고운 단풍이 올해는 보이지 않는다.

 

 

 

 

 

 

 

 

 

 

 

 

 

 

 

 

 

 

 

 

 

 

상사폭포를 둘러보고 간다.

애닯은 사연을 지닌 상사폭포 까지는 약 30m,  둘러보고 되돌아 나와야 한다.

 

 

 

 

 

 

상사폭포.

추모공원에서 천천히 35분여, 기대했던 것보다는 수량이 많다.

한동안 쉬었다 간다.

 

 

 

 

 

 

되돌아 폭포 상부로 오른다.

 

 

 

 

 

 

 

 

 

 

 

 

 

추모공원에서 공수농원까지는 약간의 경사가 있지만 심하지 않아 걷기좋은 구간으로 통한다.

 

 

 

 

 

 

 

 

 

 

 

 

 

 

 

 

 

 

▣ 공수농장에서 길 위의 인문학

 

 

추모공원에서 천천히 1시간 10분여 소요되어 쌍재 공수농장에 도착한다.

금서면 화계리에서 쌍재를 넘어 향양리로 연결되는 임도가 이곳 공수농원을 지나게 되어 도로 역할을 한다.

 

 

 

 

 

 

농장 한켠 억새 무성한 풀밭에 자리를 편다.

 

 

 

 

 

 

함양에서 활동하시는 진막순님과 그의 동호인들이 오늘의 무대를 빛내준다.

오랫만에 민요 몇 곡을 듣고 배우며 국악 가야금 연주를 듣는다.

 

 

 

 

 

 

 

 

 

 

 

 

 

 

 

 

 

 

 

 

인물 또한 곱다.

 

 

 

 

 

 

 

 

 

 

 

 

 

 

 

 

 

 

 

 

 

 

 

 

 

 

 

 

 

 

 

 

 

 

동호인들의 연주솜씨도 좋다.

진막순님 외 그의 동호인들과 함께한 국악힐링 공연이었다.

 

 

 

 

 

 

중식은 김밥도시락이다.

지금껏 보지 못한 둥근 도시락에 정성껏 담은 그 모습이 예술이라 한층 분위기가 좋다.

 

 

 

 

▣ 공수농장 석재규님의 인생 이야기

 

 

이곳 농장주인 농부 석재규님이다.

석씨 집안이 아득히 먼 옛날 함양 마천지역과 이곳으로 터를 잡았다.

그는 이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거리가 멀어 툭하면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에 학교에 도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6년을 개근했다.

 

 

 

 

 

 

중.고등학교는 부산으로 유학하였고,

졸업후 은행에 입사. 사내 커플을 만나 결혼하고 집까지 장만하였으나 IMF때 구조조정으로 부인은 남고 본인은 퇴사한다.

 

 

 

 

 

 

몇 년 후, 부산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되돌아 왔다.

초반은 고생의 연속이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도로 사정 또한 열악하여 완전 고립된 상태다. 

평소 독서를 좋아하여 많은 책을 가지고 왔으나 보관장소가 여의치 않아 비를 흠뻑 맞히기도 하였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주로 독서로 보낸다.

어느날 지리산 둘레길이 생겼다. 많은 인파가 집앞을 지나가게 되고 생산한 오미자며 고추, 포고버섯, 산나물등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믿음과 신뢰로 본인이 생산한 농산물은 둘레길을 다니는 분들이나 SNS상으로 전량 소비된다. 부산 재산을 처분하여 주변 농지를 구입하여 지금은 상당한 면적의 농장주가 되었다.

 

 

 

 

 

 

오늘 많은 얘기거리를 준비했다한다.

근데 가야금 연주를 듣고나니 얘기할 마음이 없어졌단다.

일만하고 살아온 세월 때문일까?

삶의 여유를 느끼지 못한 세월이 아쉬어서 일까?

그래도 가끔 지인들을 만나고 거리가 멀어 만나기 어려운 분들과는 SNS상으로 부지런히 소통하고 지낸다.

이곳에서 1시간쯤 떨어진 시천면 소재 남명기념관에서 매주 저녁 3시간씩 사서 공부에도 빠지는 날이 없다.

잠시 혼란스런 마음이 가라앉으면 평온함이 올 것이다.

왜냐면 그는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는 분이기 때문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날,

쌍재에서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