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 유머

은혜 갚은 개구리

정헌의 티스토리 2010. 11. 4. 22:28

      은혜 갚은 개구리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가난한 농사꾼이 살았다.
      이 농사꾼은 날마다 논에 가서 물을 대고, 김 매고, 거름 주고, 이렇게 부지런히 일을 했다.
      그런데 하루는 논에 가다 보니 길가 개울에 올챙이 한 마리가 팔딱팔딱 뛰고 있는 거다.
      그 해는 비가 안 와서 봄부터 날이 몹시 가물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개울물이 바짝 말랐는데, 물이 없어지니까 올챙이가 갑갑해서 팔딱팔딱 뛰고 있는 거다. 그냥 두면 곧 죽을 것 같다.

    「에그, 저것도 이 세상에 살러 나왔는데 저러다 죽으면 얼마나 원통할꼬」
      이렇게 생각하고 그 올챙이를 고이고이 손바닥에 얹어 가지고 물이 있는 논에다 넣어 줬다.
      논에는 늘 물을 대니까 죽을 일은 없었다.
      그래 놓고 그 다음날부터 논에 가기만 하면 올챙이가 잘 사는지 부터 들여다 봤다.


    올챙이는 참 잘 자랐다.
    몸집이 점점 커지더니 다리가 나오고 꼬리가 짧아지고, 얼마 뒤에는 개구리가 되었다.
    개구리가 돼 가지고 농사꾼이 나타나기만 하면 반갑다는 듯이 개굴개굴 운다.
    그렇게 개구리를 동무 삼아 농사일을 하며 사는데, 하루는 논에 가니 웬 아이들이 개구리를 잡아 가지고 놀고 있다.

    가만히 보니 며칠 전에 구해 준 그 개구리 같더란 말이야.
   『 얘들아, 그 개구리 뭣에 쓰려고 잡았느냐?』
   『집에 가지고 가서 구워 먹지요』
   『그러지 말고 그 개구리 나 다오. 이 떡을 줄 테니 개구리와 바꾸자』
    마침 점심밥 대신 먹으려고 챙긴 보리개떡이 몇 개 있었거든.
   모두 아이들에게 주고 개구리를 샀다.
   그러고는 개구리를 다시 논에다 놓아 주었다.


   며칠이 지났는데, 하루는 논에 나가 보니 개구리가 여느 때보다 더 시끄럽게 개굴개굴 운다.
   왜 그러나 하고 들여다보니, 개구리가 하얀 구슬을 입에 물고 있다가 툭 내뱉더란 말이야.
  「뭔지는 모르지만 나 주려고 그러나 보다」
   하고 그 하얀 구슬을 주워 가지고 호주머니에 넣어 뒀다.

 

   그런데 그 날 저녁 집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보니 호주머니가 불룩하다.
   웬일인가 하고 들여다보니 호주머니 안에 쌀이 가득 들어 있지 뭐야.
   하얀 구슬은 쌀 속에 그대로 들어 있고.
  「이것 참 신기한 일이로구나. 이 구슬이 쌀을 내는 구슬이란 말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하얀 구슬을 빈 솥에 넣어 봤더니, 글쎄 비어 있던 솥에 금세 쌀이 가득 찬다.
   독에 넣으면 독에 쌀이 가득 차고, 자루에 넣으면 자루에 쌀이 가득 차고.........
   이러니 금새 부자가 되었다.
   독마다 자루마다 쌀을 가득 채워 놓고 부자로 사는 거다.

   그런데 이 소문이 퍼지고 퍼져서 그 고을 원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 고을 원이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욕심쟁이인데, 그 소문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사람을 시켜서 농사꾼을 불러들였다.
 『네 이 놈, 그 구슬 어디서 났느냐? 바른대로 아뢰어라』
 『예, 논에 사는 개구리한테 얻었습니다』
 『그 개구리가 네 것이더냐?』
 『제가 그 개구리 목숨을 살려 준 적은 있지만 물가에 절로 사는 개구리를 어찌 제 것이라 하겠습니까?』
 『그래? 그렇다면 본래 네 것이 아니란 말이렷다. 임자 없는 물건은 관청에 바치는 것이 나라의 법이니라. 그러니

   그 구슬을 어서 바치어라』
  원님이 이렇게 어거지를 쓰는데 당할 재간이 있어야지.
  할 수 없이 구슬을 갖다 바쳤다.


 그러고 나서 그 이튿날 논에 나가 보니 또 개구리가 여느 때보다 더 시끄럽게 개굴개굴 운다.
 그래서 들여다봤더니 이번에는 노란 구슬을 입에 물고 있다가 툭 뱉는 거다.
 그걸 주워 가지고 또 호주머니에 넣어 뒀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호주머니에 엽전이 가득 들어 있지 뭐야.
 이번에는 엽전을 내는 요술 구슬을 얻은 거다.
 구슬을 궤짝에 넣어 두면 궤짝에 엽전이 가득 차고, 뒤주에 넣어 두면 뒤주에 엽전이 가득 차고, 이러거든.
 이러니 뭐 전보다 더 큰 부자가 됐다.

 

 아무 데나 구슬만 넣어 두면 엽전이 가득 차니까 혼자서 쓰고도 남아서 온 마을 사람들에게 다 나누어 줬다. 그러고도 남는다.
 욕심쟁이 원이 그 소문을 또 들었다.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또 농사꾼을 불러들였다.
『네 이놈, 임자없는 구슬을 얻었으면 냉큼 관청에 갖다 바칠 일이지 여태 뭘 하고 있었느냐?』
 이래서 하릴없이 노란 구슬도 빼앗겼다.


             그러고 나서 그 이튿날 또 논에 갔다. 가 보니 이번에는 개구리가 빨간 구슬을 입에 물고있다가 툭 뱉아 내더란 말이야.
             농사꾼이 그걸 주워 가지고 이번에는 집으로 안 가고 곧바로 원한테 갔다.
             그놈의 구슬을 가지고 있어 봐야 또 원한테 빼앗길 게 뻔하니 아예 일찌감치 갖다 바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거다.

 

『사또, 이번에는 빨간 구슬을 얻었습니다. 사또께 바치려고 가져 왔습니다』
 그 말을 듣고 욕심쟁이 원은 좋아서 그만 입이 헤 벌어진다.
 하얀 구슬, 노란 구슬을 빼앗아서 쌀이야 엽전이야 산더미만큼 쌓아 두고 사는 것만 해도 좋은데, 또 요술 구슬을 얻게

 됐으니   이런 횡재가 어디 있어?
『어, 착한 백성이로다. 어서 두고 가거라』
 농사꾼이 돌아간 뒤에 원은 빨간 구슬을 손에 쥐고 궁리했다.


「하얀 구슬은 쌀을 내는 구슬이요, 노란 구슬은 엽전을 내는 구슬이렷다. 그렇다면 이 빨간 구슬에서는 뭐가 나올까?

  틀림없이 듣도  보도 못한 보물이 주렁주렁 쏟아져 나오겠구나. 이럴 게 아니라 어서 넣어 봐야지. 찔끔찔끔 나와서는

  감질만 날 테니 아예 산더미 만큼 쏟아지게 큰 우물에다 집어 넣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구슬을 우물에다 집어 넣었다.
  그 우물은 깊이가 열두 길이나 되는 데다가 아가리는 석자 반이나 되어서, 거기에 보물이  가득 차면 평생 꺼내 쓰고도

  남을 만큼 쌓이게 되지.

 

「자, 이제 보물이 가득 찼나 어디 볼까?」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갑자기 우물 속에서 왁자지껄 시끌시끌, 귀가 멍멍해질 만큼 요란한 소리가 나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하면 개굴개굴 개구리 우는 소리다.
 우물에서 개구리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거다.
 몇 천, 몇 만 마리가 되는지 모르는 개구리가 마구 기어 나와서 온 집안을 기어 다니더란 말이지.
 방이고 마루고 부엌이고 온 사방이 개구리떼다.
 그 동안 하얀 구슬, 노란 구슬에서 나온 쌀이고 엽전이고 죄다 없어지고 보이느니 개구리뿐이다.
 원은 혼이 다 빠져서 줄행랑을 놓고, 농사꾼은 그 뒤로도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면서 잘 살았다.


 개구리는 다 어떻게 됐느냐고?
 요새 들판에 뛰어다니는 개구리 못 봤어?
 그 개구리가 다 그 개구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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