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 유머

떡해먹을 집안

정헌의 티스토리 2013. 8. 8. 23:34

 마누라 버릇을 고치자면

 

 옛말에 늙으막에는 효부가 악처만 못하다고 했으니, 아픈데도 주물러 주고
 때로 근력없어 바지에 뭘 지리든지 해도, 그저 마누라 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또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하루 낭패는 식전에 취한 술이요, 한 달 낭패는 발에 안 맞는 신이요,
 일 년 낭패는 봄에 많이 온 비라고, 그리고 일생의 근심거리는 성미 망한 여편네라든가?

 

 

 어떤 선비가 여편네 성미가 어찌나 나쁘던지 골려 주기 위하여 한 꾀를 내어 황률(黃栗), 마른 대추 같은

 자양분 많고 분량 안 나가는 먹을 거리를 많이 장만해 두었다.
 그리곤 어떤 하루 저녁 여편네가 또 포악하게 덤비는 것을 마구 대해 탄하였다.
 이 놈의 영감태기 전에 안 하던 버릇으로 누구한테 덤비는 거냐고 나대는 것을,한껏 분을 돋구고 놓고서
『명색이 집안의 가장으로 앉아서 가도(家道)하나 못 잡아 세우고 살아서 무엇하랴!

 내 차라리 곡기를 끊고 죽고 말겠다.』
 이내 방으로 들어가 머리를 싸매고 누워 버렸다.

 

『흥! 죽어 보래지! 누가 죽는다면 펄쩍 뛸 줄 알아?  죽어? 죽기가 그렇게  쉬운지 알아? 

 누가 눈이나 끔쩍할 줄 알고!』
 과연 대단한 여자다. 끄떡도 않는다.
 꼭 하루가 지났다.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다.
 이틀이 지났다. 밖에 와서 엿듣는 눈치다. 그러나 그냥 간다.
 먹으려면 이때가 제일이다. 대추를 몇 입 먹고 황률을 움켜 쥐었다.
 그러면 운김에 누그러져서 먹기에 쉽다.

 

 밖에 와서 둘러보고 듣다 가고 하는 돗수가 점점 잦아진다.
 (그럼 그렇지, 제년이)
 그러는 데 문고리를 흔든다. 들은 체도 않는데 또 흔든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참으시고 나오세요』
『?!』
『흥! 누가 겁낼 줄 알아? 어림도 없지』

 

 그러나 곧 또 와서 흔들어 본다.
 꼭 하루를 실랑이 하였다.
 싸고 누운 지 어느덧 닷새, 예사 같으면 죽을 때도 됐다.
『그저 제가 잘못했으니 그만 일어나 나오셔요. 네? 어머니도 오셨어요』
『여보게, 모두가 내가 잘못 가르쳐 보낸 때문일세. 모든 걸 용서하고
  일어나 나오게나』
 물론 대꾸도 않았다.

 

『거 뱃목(장석)을 빼고 들어가야겠다』
 이젠 장인영감 소리도 들린다.
 (온 집안 식구가 들끓어 온 모양이지? 오냐! 조금만 더 참자!)
 장도리를 갖다 잡아 제끼는 소리가 난다. 삐거덕 왈가닥, 문짝이 떨어져 나간다. 우루루 방으로 달려든다.
 잡아 제끼는 대로 작두바탕 모양 둥그러지니 장모가 울음 섞어 말한다.
『아이구 이걸 어쩌니?』
 입을 어긴다. 백비탕을 끓여 붓는다.

 

『끄륵 끄륵』
 못 삼키는 시늉을 하니 흑흑 느껴 우는 소리까지 들린다.
 미음을 흘려 붓는다. 입에 그득 고였을 때 꿀꺽꿀꺽 삼키니 입 언저리에 흐른 것을 닦는다. 마누라 손길일 거다.
 또 두어 숟갈!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니
『아이구 여보!』
 마누라가 울음보를 터트리며 외친다.
 천천히 눈알을 굴리니 장모 눈물 흘리는 꼴이 뵌다.
 장인도 눈물이 글썽글썽하여 내려다 본다.

 

 넙죽넙죽 떠 넣는 대로 받아 삼키니 모두 대견하여 어쩔 줄을 모른다.
 (이년 이제두?)
 얼마만에 일어나 앉았다.

 마누라가 다시 손을 모아 빈다.
『모두가 그저 제 잘못이에요』
『따끔하게 때려 주든지, 자네네 집에 들어온 사람이면 자네 마음껏 다스릴  일이지 그래 이게 무슨 변이란

 말인가?』

 

 

『이제 또 피침한 행동을 하거든 내게로 통기를 해라. 자식하나 안난 셈 치고 무슨 도리를 차려야지.

 그래 가장을 그 따위로 섬기다니 쯔쯔』
 장인 장모의 하는 말이다.
 그리하여 그 사납고 못된 마누라를 꺾어 앉히고 구순하게 잘 지내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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