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참새 장례식
어느 해 봄, 한음이 오성의 집으로 놀러 왔다.
함께 책을 읽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참새소리에 고개를 들고 지붕 쪽을 쳐다보았다.
『이게 웬 소리지?』
한음이 묻자 오성이 대답했다.
『참새소리야. 엊그제부터 우리 집 처마에서 참새소리가 들렸어』
계절이 봄철인지라 참새란 놈이 오성의 집 추녀 속에다 새끼를 까놓은 것이었다.
오성과 한음은 지루하게 여기던 차에 참새새끼를 꺼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리 총명한 아이들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겨우 대여섯 살짜리 꼬마들이었다.
그만큼 위험한 발상이었다.
그러나 두 아이는 기어코 하인을 시켜 광에서 사다리를 가져오게 했다.
『내가 올라가서 꺼내 올게』
오성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두 마리만 꺼내 와라』
한음이 밑에서 사다리를 잡은 채 말했다.
추녀 끝이 가까워 오자 참새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오성은 꼭대기까지 올라가 추녀 밑으로 난 새 구멍에 손을 쑥 집어넣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손에 만져지는 촉감으로 볼 때 새끼는 모두 예닐곱 마리쯤 되는 것 같았다.
오성은 우선 조심스럽게 한 마리를 꺼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을 뻗어 또 한 마리를 꺼내려는데 손아귀에서 벗어난 새끼참새가 그만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어라?』
오성은 급히 고개를 숙여 땅에 떨어진 새끼를 보았다.
새끼는 땅에서 몇 번 날개를 파드득거리다가 다리를 바르르 떨며 죽어 버렸다.
『죽었니?』
오성이 사다리 위에서 한음에게 물었다.
『그래. 아주 죽었구나.....』
오성은 한 손에 들고 있던 새끼 한 마리를 도로 새 구멍에 넣어 주고는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불쌍하구나.....』
오성이 침울한 표정으로 죽은 새끼참새를 바라보았다.
『우리 말이야.... 이 참새를 장사지내 주자』
한참동안 침울하게 서 있던 오성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장사를 지내 줘?』
『그래, 아무리 새라고 해도 죽으면 하늘나라로 가겠지?』
『그렇겠지. 하늘나라에도 새들이 있을 테니까』
두 아이는 마침내 죽은 새의 장사를 지내주기로 했다.
오성은 안방으로 달려가 어머니께 삼베 조각을 달라고 했다.
『그건 무엇에 쓰려고?』
『쓸 데가 있으니 어서 주세요』
오성은 어머니가 내준 삼베 조각을 가지고 와 거기에 새를 싼 다음 실로 묶었다.
『이제 뒷산으로 가자』
『그래. 참, 땅에 묻으려면 제문이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차려 놓을 과실도 있어야지』
『그렇구나. 그럼 잠깐 기다려. 내가 가서 과실을 가져올 테니. 너는 그 동안 제문이나 생각해둬』
『그래, 얼른 갔다 와』
오성은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 동안 한음은 제문을 생각했으나 쉽게 떠오르지가 않았다.
잠시 후 오성이 밤이며 곶감, 대추 등의 과실을 보자기에 담아 가지고 나왔다.
『제문을 생각해 봤니?』
『그래. 그런데 쉽지가 않구나. 너도 생각해 봐』
『알았어. 어서 가자』
두 아이는 장사 준비를 마치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한음이 땅을 파고 오성이 삼베에 싼 새끼참새를 고이 묻어 주었다.
햇빛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었다.
한편 오성의 집에서는 퇴궐하고 돌아온 아버지 이몽량이 아들을 찾았는데, 뒷산으로 갔다는 말을 듣고 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몽량공이 뒷산에 올라왔을 때는 아이들이 한창 곡을 하는 중이었다.
『아이고, 아이고.......』
『장례를 치르는 모양이구나. 어디 나도 한 번 구경해보자』
이미 어느 정도 자초지종을 듣고 간 터라 몽량공은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그러다가 제문을 써놓은 종이에 눈길이 갔다.
『제문까지 써놓았구나. 어디 좀 보자』
두 아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제문을 정중히 바쳤다.
鳥死人哭 不當之事(조사인곡 부당지사)
汝由我而 死故哭之(여유아이 사고곡지)
새가 죽었는데 사람이 우는 것은 마땅치 않은 일이나
우리 때문에 죽었기에 곡을 하며 우노라.
몽량공은 제문을 읽더니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글은 누가 지었느냐?』
몽량공이 묻자 오성과 한음은 서로 상대방이 지었다고 말했다.
「글솜씨도 좋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 또한 갸륵하구나」
새끼참새의 죽음으로 두 아이의 천재성을 발견한 몽량공은 이후 더욱 힘써 아이들을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