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 유머

호랑이의 웃음

정헌의 티스토리 2010. 4. 3. 23:58

호랑이의 웃음


산중에 사는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산 밑으로 내려왔겠다.
뭐 먹을 만한 것이 없나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어느 골짜기에 가니까 웬 젊은 농사꾼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밭에서 일을 하고 있거든.

그런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윗도리를 벗어 제치고 맨몸뚱이로 일을 하고 있더란 말이야.
몸뚱이에 살이 아주 토실토실 올랐다.
그걸 보니 호랑이가 저절로 군침이 도는데, 이거 원 너무 좋아서 웃음을 참을 수가 있나.

「아이구 좋아라. 안 그래도 배가 잔뜩 고프던 참인데 이게 웬 떡이냐. 저렇게 살이 토실토실 오른 것만 해도 좋은데, 나 잡아먹기 좋으라고  옷까지 벗었네」
더워서 옷을 벗었지 누가 저 잡아먹기 좋으라고 벗었나?
그래도 호랑이는 저 좋을 대로 생각하고는, 너무 좋아서 웃음을 못 참는다.

한바탕 실컷 웃고 나서 잡아먹었으면 좋겠는데, 여기서 웃다가는 농사꾼이 알고 도망갈 게 뻔하니 그래서는 안 되지.
웃기는 웃어야겠고, 여기서는 못 웃으니 어떻게 해.
생각다 못해 웃음을 꾹꾹 눌러 참고 산을 하나 넘어갔다.
산을 하나 넘어가서 농사꾼이 안 보고 못 듣는 데서 실컷 웃었다.
『아이고 좋아. 저 바보같은 게 나 잡아먹기 좋으라고 옷까지 벗고 있네.  아이구 좋아』

이렇게 배를 잡고 떼굴떼굴 구르며 실컷 웃고 나서, 이제 잡아먹어야겠다 하고 도로 산을 넘어 갔다.
농사꾼이 일하고 있는 골짜기로 말이야. 그런데 가 보니 농사꾼이 없다.
그 때까지 있을 게 뭐야. 그새 일을 다 하고 집으로 가 버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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