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망발(妄發)
어떤 동네에 사는 노인에게 평소에는 별로 드나들지도 않던 젊은이들이 우루루 세배를 왔다.
그래 이런저런 얘기 끝에 근자에 무슨 재미있는 일은 없더냐고 노인의 물음이다.
맨날 만나는 동네 안 친구끼리 무슨 별난 일이 있을까마는, 서로 어쩌다 망발 꼬리를 붙들어 가지는 망발 술 얻어
마시는 것이 고작이라고 대답했더니 어떤 망발을 누가 했더냐고 묻는다.
청년들은 얘기를 못하나 서로 낄낄거리고 웃으며 옆구리를 찌르며 야단들인데, 한 친구가 슬쩍 말꼬리를 돌린다.
『망발 않는 친구가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서로 돌려 가며 술을 받았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영 요리
빼끗 저리 빼끗 매끄럽게 망발에 걸리지 않는 친구가 하나 있어서, 그 사람 술 한 번 얻어 마시기가 모두의 소원이
랍니다』
『거 누군데?』
『이진사 영포(令抱:손자라는 뜻) 가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참 그 사람만 안 왔네 그랴』
『예, 같이 오다가 저희 작은댁에 들려 온 댔으니까 곧 들어 올 겁니다』
『그래? 내 술 한잔 얻어 줄거니 자네들 뺏어 먹게나』
그러자 밖에서 인기척이 있기에 친구가 문을 열어 보더니
『이제 옵니다』
이 청년이 들어와 세배하고 나자
『오! 모시고 과세 잘했나? 그런데 자네 모두 몇 식구나 되나?』
『모두 여섯 식구올시다』
『그래? 어떻게 여섯 식구나 되노? 가만있자. 자네 자당 하나』
손을 꼽으며 세며 응답을 기다린다.
『예!』
『자네 어르신네 둘!』
『예!』
『자네 두 양주. 그리고 애들이 둘이니 참 그렇게 되네 그랴!』
『예!』
그러고 나서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일어섰는데, 사강 일각문을 나서자 마자, 친구 둘이 양쪽에서 겨드랑이를 꼈다.
『너 아까 「너 아버지 둘」그러니까 「예」그랬지? 하난 너희 집에 있구 또 하나는 누구냐? 나냐? 임마 잔소리
말고 한잔 사라. 동네 안에 광고치기 전에』
아무리 반드러워도 노인네가 꾸민 망발에는 아니 말려들 재간이 없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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