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도 물기와 평안도 박치기
옛날에 전라도에는 물기를 썩 잘 하는 사람이 살았고,
평안도에는 박치기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이 살았다.
전라도 물기 장수는 그저 뭐든 눈 앞에서 알짱거리기만 하면 덥석 물어 버리는데,
한 번 문 것은 죽어도 안 놓는다.
그러니까 아무리 힘센 사람도 어디 한 군데 물렸다 하면 그냥 항복을 해야지,
그렇지 않고는 뒤 탈이 나도 크게 났다.
평안도 박치기 장수는 그저 뭐든 보이기만 하면 냅다 머리로 들이받는데,
얼마나 힘이 센지 그 머리로 받힌 건 그냥 삼십 리고 사십 리고 나가 떨어진다.
그러니 아무도 그 앞에서 힘 자랑을 못했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전라도 물기 장수는,
『그놈이 박치기를 그리 잘 한다니 어디 나한테도 당하는지 한 번 겨뤄 봐야겠다』
하고, 평안도 박치기 장수는,
『그 놈이 물기를 아무리 잘 해도 내 박치기에 당할까. 만나면 꼭 겨뤄 봐야지』
이렇게 단단히 별렀다.
그러다가 한 번은 금강산에서 둘이 만났다.
둘이 딱 마주치니까 뭐 군말 않고 겨루기를 시작하는 거다.
먼저 평안도 박치기 장수가 어디 맛 좀 봐라 하고 냅다 들이받았다.
돌덩어리 같은 머리로 힘껏 들이받으니까, 이거 뭐 볼 것도 없다.
대포알 날아가듯이 휭 날아가 버리는데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
「어라, 이 녀석이 어디에 나가떨어졌는고?」
평안도 박치기 장수가 신들메를 메고 찾아 나섰다.
제가 들이받아 놓은 게 대체 어디에 가 떨어졌는지 찾으러 나선 거다.
아무리 찾아 다녀도 없더니, 어느 산골짜기에 가니까 큰 너럭바위가 있는데,
전라도 물기 장수가 거기에 퍼지르고 앉아 있더란 말씀이야.
「아이고, 저 녀석이 예까지 날라와 떨어졌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너 이러고도 날 당하겠느냐?』
했더니, 전라도 물기 장수가 그 말에는 대답도 않고 발 밑을 가리킨다.
가만히 내려다보니 거기에 사람 코가 떨어져 있다.
깜짝 놀라서 제 코를 만져 보니까, 글쎄 그새 코가 떨어져 나가고 없다.
박치기를 할 때 전라도 물기 장수가 코를 물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냅다 받아 버려서 그 꼴이 된거다.